|
전남도 서남부지역 경제가 일부 지표에서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도 수출 부진과 투자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좀처럼 뚜렷한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목포본부가 최근 발표한 ‘최근 전남 서남부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제조업 생산과 카드 소비는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고 기업들의 투자 의지도 꺾이는 모습이다. 이 지역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조선업이 3월 생산을 견인했다. 전남 서남부지역 주요 조선업체 생산액은 84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늘었다. 제조업 업황 체감지수(BSI)도 4월 기준 71로 전월(63)보다 8포인트 상승하며 분위기 개선을 알렸다. 서비스업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지역 내 서비스 업체 카드결제액이 전년동월대비 7.9% 증가한 가운데, 도소매업 결제액은 11.9% 늘었다. 다만 음식숙박업은 0.2% 소폭 감소해 업종별 온도차는 여전했다. 소비 지표에서는 석연치 않은 신호가 포착된다. 개인카드 결제금액이 전년동월대비 11.5%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주요 소매점 매출은 오히려 4.4% 줄었다. 카드 소비 증가가 대형 마트나 전통 소매채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온라인 쇼핑 전환이나 역외 소비 확대가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역 상권 입장에서는 체감 경기가 통계보다 차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외 부문은 한층 어두운 성적표를 받았다. 3월 전남 서남부지역 수출액은 5억 4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9.2% 감소했다. 조선업체의 수출 일정 조정에 따른 선박 관련 수출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어느 정도 일시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수입액이 같은 기간 44.5% 급증한 점은 지역 무역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 시장은 기대와 현실이 엇갈린다. 3월 건축허가면적은 전년동월대비 39.9% 늘어 미래 공급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건축착공면적은 14.3% 줄었다. 계획은 세웠지만 실제 삽은 뜨지 않는 셈이다. 상업용 건물 착공이 반 토막 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4월 제조업 설비투자 전망 BSI는 전월 전망치 대비 7포인트나 떨어졌다. 미분양 주택은 323호로 두 달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주택 시장 역시 활기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 시장은 겉으로는 양호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전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3만 6000명으로 2.8% 늘었지만, 지역 핵심 산업인 조선업체 고용인원은 1만 6701명으로 오히려 5.3% 감소했다. 지역 산업의 허리가 얇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는 서민 지갑을 직격하고 있다. 4월 전남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였지만, 실생활과 밀착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3.4%에 달했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0.2% 급등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채소류는 8.0% 하락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줬다.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목포시 주택 매매가격이 전월대비 0.1% 소폭 내린 반면, 무안군은 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며 0.8% 올랐다. 전남 서남부지역 경제는 제조업 생산 증가와 소비 지표 개선이라는 긍정적 흐름과, 수출 감소·투자 심리 위축·핵심 산업 고용 축소라는 부정적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혼조세 국면에 놓여 있다. 회복의 싹이 트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그 뿌리가 얕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광남일보 6면, 2026. 5. 28(목) 황해윤 기자
|